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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비만한 아동의 60~80%에서 부모의 한쪽, 혹은 모두에게서 유전적인 형질로 비만을 물려받는 것이 확신된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가족의 식생활과도 큰 관련이 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체질적 성향이 발현되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은 전문의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결과다.

 

이처럼, 비만은 많은 이들이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라고 단정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성격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도 원치 않는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는 질병적인 요소가 크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게으르다는 선입견처럼 그들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런 문제는 남성들보다는 여성, 장년층보다는 유소년, 청장년층에서 더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서울에서 태어난 내 형이나 내 동생과 달리 나는 외가가 있던 부산에서 태어났다. 당시, 어머니를 진찰했던 의사선생님이 쌍둥이일지 모른다.는 진단을 내리시고 커져만가는 어머니의 배를 안쓰러워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배려로 친정에 내려와서 출산을 하시게 된 것이지. 어쩌면 지금의 내 아이디인 미스터톤 많은 이들이 미스터톤에서의 톤이 TONE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 톤은 TONE가 아니라 TON이다. 1,000kg의 다른 말 이 자리 잡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자라면서 단 한 번도 평균이나 평균 이하의 몸무게를 마주한 적이 없던 내게 뚱뚱하다.는 말은 낯선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스개 소리로 콜라 1.5리터만 마셨어도 군대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리도 들었고, 훈련기간동안 내 몸무게를 빼주겠다고 작정한 취사반장 덕분에 강제적인 식이요법을 당하는 고충도 겪었다. 하지만, 그래도 80kg이 넘는 몸은 뚱뚱한 이들이 가장 많은 살이 빠진다는 군대생활 기간에도 늘 따라다녔다. 물론, 그 당시에 내게는 그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젊은 나이가 있었고 몸매에 대해 그다지 열등감 따위는 느끼지 않던 단단한 구석이 있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삼십대가 아닌 사십대가 더 가까이보이는 시절이 되고나니, 슬그머니 예전의 자신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듯 하다. 그런 상황에 만난 '미녀는 괴로워.'

뒤늦게 그녀에게서 스무살, 그 자신감 속에 묻어버렸던 부끄러운 부분이 기어나왔다. 여전히 말로는 선천적인 비만에 대해 읊조리고 있으면서도 진작에 손과 발로, 그리고 가슴으로 덮어두고 있었던 그 부분이. 그녀의 아픔이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라도 가슴에 와닿은 이유는 어쩌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이런 아픔 탓이 아닐까.

영화긴 했지만, 그녀가 정신을 놓은 아버지를 안고 자신의 일에 대해 커밍아웃을 감행하던 장면이 여전히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은 그런 세상이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으리라. 55사이즈와 65사이즈에 갈등하는 10만큼의 여성들이 90사이즈와 120사이즈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들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자신의 처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이쁜 여자'만 바라보는 늑대들에게 - 나도 포함된다 - 한 가지 이상의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뚱보만세라고 제목을 적으면서 가슴 한 구석에서 '난 아직 뚱보가 아닌데..'하는 비굴함이 기어나왔다. 180에 110키로그램이 뚱보가 아니라면 대한민국에 뚱보는 아마 없으리라.

뚱보만세, 뚱보만세, 뚱보만세...
새해에는 모쪼록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가슴 오그라드는 그런 일이 이 땅에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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