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낯익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 남자, 이름은 Mike Marshall.
메이저리그 덕후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 양반은 그야말로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1943년생이니 만으로 71살, 1960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데뷔하여 디트로이트, 시애틀, 휴스턴, 몬트리올, 로스엔젤레스, 아틀란타, 텍사스, 미네소타를 거쳐 뉴욕 메츠에서 1981년 은퇴한 그는 다저스 소속이던 1974년,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였다. 

1974년은 톰 시버(어메이징 메츠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선발투수), 필 니크로(너클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전설적인 투수. 얼마전 해체된 고양원더스 허민 구단주의 너클볼 스승으로 우리나라엔 더 잘 알려져 있음)등 당시 20승을 넘나들었고 지금은 그 이름을 명예의 전당에 올려놓은 괴물 투수들이 즐비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그는 15승 12패 21세이브 방어율 2.42라는 성적을 올리며 사이영상 수상자가 되는데 그 이유가 대단하다. 선발로는 단 한 차례도 뛰지 않고 오로지 불펜에서만 저런 성적을 올렸다는 것. 

마무리 투수가 한 이닝을 책임지는 지금과 달리 당시는 2~3이닝을 막는 것이 예사였고 그런 상황에서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등판해 106번 등판, 83번 경기를 마무리하는 철완을 과시했다. 게다가 그는 속구를 주무기로 한 정통파 투수가 아니라 지금은 투수 어깨를 망가뜨리는 최악의 구질로 이름난 스크류볼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기교파 투수였지만 단명하던 대부분의 스크류볼러와 달리 20여년의 기간내내 리그를 씹어먹는 괴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의 정말 대단한 점은 야구와 학업을 병행하며 1978년,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지금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에서 절정을 찍는다. 심지어 직접 마운드에서 구질을 자유자재로 던져가며 구구절절 설명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데 아래 링크를 누르면 그가 직접 웃짱을 까고(!)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도 80마일대 속구와 전성기때와 별 차이 안나는 스크류볼, 싱커를 던져주고 있는데...보는내내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http://youtu.be/UUgQXJlTS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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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가 다시는 볼 수 없는 C.Laurel호에서 담은 마지막 사진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여자도 첫키스도 첫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안 돌아오는 것들
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번 똑딱 한 그날의 부엉이 눈 속의 시계점처럼
돌아오지 않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다

그때는 몰랐다
안 돌아오는 첫밤, 첫서리 뿌린 날의 새벽 
새떼그래서 슬픔과 분노의 흔들림이 뭉친 군단이 유리창을 터뜨리고
벗은 산등성을 휘돌며 눈발을 흩뿌리던 그것이
흔들리는 자의 빛줄기인 줄은

없었다. 그 이후론
책상도 의자도 걸어논 외투도
계단도 계단 구석에 세워둔 우산도
저녁 불빛을 단 차창도 여행을 가서 안 돌아오고
없었다. 없었다. 흔들림이

흔들리지 못하던 많은 날짜들을 스쳐서
그 날짜들의 어두운 경험과
홀로 여닫기던 말의 문마다 못을 치고 이제
여행을 떠나려 한다
흔들리지 못하던 나날들의 가슴에 금을 그으면
놀라워라. 그래도 한 곳이 찢어지며
시계점처럼 탱 탱 탱 피가 흐른다

보고 싶은 만큼, 부르고 싶은 만큼
걷고 걷고 또 걷고 싶은 만큼
흔들림의 큰 소리 넓은 땅
그곳으로 여행 가려는 나는
때로 가슴이 모자라 충돌의 어지러움과
대가지 못한 시간에 시달릴지라도
멍텅구리 빈 소리의 시계추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누가 여행을 돌라오는 것이라 자꾸 틀린 말을 하더라도

이진명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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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겨울 북대서양

M/V CK ANGIE


겨울 북대서양은 지금까지 수많은 뱃사람들을 집어 삼킨 고통의 바다로 꼽힌다.

계절에 맞춰 얼굴을 바꾸고 달려드는 파도들....우리도 예외없이 그 사이에서 일주일간의 고초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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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aro Cardenas, Mexico


2003년까지 폴크스바겐은 비틀(요즘의 날렵한 딱정벌레말고 옛날 딱정벌레)의 생산라인을 멕시코 공장에서 운영했고,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진 이 고색창연한 멋진 차를 자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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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FC의 심장, 안필드에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대양을 항해할 때면 포트에 머물 때나 근해 항해때보다는 훨씬 여유가 많이 생겼다. 

그럴 때면 갑판에 이런저런 설비들을(특히 내가 담당하는)살펴서 부서지거나 없어진 부품을 파악하고 그것을 갑판장에게 보수할 것을 의뢰하게 되어있다. 물품의 손망실에 대해 설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카메라로 그것을 찍어서 보여주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난 갑판 작업시 카메라를 짊어지고 갑판에 나오게 되었지. 

그런 상황에서 가끔 만나는 이런저런 풍경들은 - 그것이 배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이더라도 - 예사로운 것들이 없었다. 인도양 한 복판에서 비구름 속에 들어가 있던 태양. 저 풍경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갈 마음을 부풀렸는데 어느새 다시 바다로 떠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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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다시 바다로 나가는 날이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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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만나게 되는 또다른 풍경,
우현쪽으로는 해가 지고 좌현쪽에는 먹구름이 몰려온다.
Photo by Skyraider
M/V CS DAISY


현재 본선은 베트남 동해안을 타고 남지나해를 북상 중입니다. 우리와는 이런저런 인연이 많은 나라가 베트남이고 이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는데도 나라의 크기가 의외로 큰 것에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이틀째 이 나라 연안을 타고 올라가는 것만 봐도 대충 그 크기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게다가 연안에서 만나는 어선들의 모습이 중국과 너무 다른 것에도 감동(?)하고 있습니다.

배가 오건말건 코스로 겁없이 뛰어들고 통항로 안에서도 행패를 부리는 중국어선들과 달리 이곳 어선들은 지나는 배들을 상당히 의식하며 조업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죠.
제가 미안할 정도로 배의 코스를 정확히 비켜주는 모습들과 행여 그물을 끌고 있을 때면 라이트로 그물 방향을 정확히 일러주는 모습까지...중국 연안이나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스스로 벗어버렸고 세계 최강의 미국마저도 굴복시켰던 그들의 모습이 새삼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적다보니 얼마 전 적었던 중국인들에 대한 소회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글줄을 늘어놓고 있네요. ^^

싱가폴을 출항하고 배에 오른 정기선용품과 보급품을 정리하고 수급보고서를 작성한 다음, 재보급청구 하고, 싱가폴 기항으로 늦춰졌던 월말 서류들과 씨름하다보니 정신없이 사흘째 항해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잡다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좀 편한 마음으로 메일을 적을 수 있게 되었죠. ^^

최근 중국으로 모여드는 배들이 늘어나면서 웨이팅이 길어지고 있다는 소식과 달리 본선은 10일에 도착하여, 하루 엥커링 후 11일에 접안, 7일간 짐을 푸는 것으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배에서는 우리 차터러가 중국에서 꽤 힘이 있는 축에 드는 모양이라고 생각하지만 용선에 재용선, 재재용선까지 걸려있는 마당에 마지막 항차인 이번 항차를 빨리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그들의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더라구요.

벌크지수가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그나마 고액을 받을 수 있던 브라질/중국 노선이 그 기나긴 항해 기간과 소요 금액으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M/V INCA MAIDEN - 30년된 General Cargo Ship으로 갑판위에는 일본제 버스들을 가득싣고 Peru의 Callao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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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동남아를 돌고있는 회사의 A,B,C들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그냥 정해지는대로 잘 따라가는 것이 상책이라 여기고 있죠. 저는 남미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장기 항차가 내심 맘에 들지만...어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싱가폴에서 세 명의 선원이 하선했는데 그 중 한 명만 교대자가 승선했습니다.
집안 문제로 고민이 많던 OS와 승선생활에 적응을 못하던 ENGINE CADET, 그리고 인도네시안 BOSUN이 하선하고 한국인 갑판장만이 교대되었죠. 싱가폴 입항 당시, 인도네시아는 라마단이 끝나고 축제기간이 이어져서 교대할 인원들의 출국이 여의치 않았다는 이유가 달렸지만 실은 갑작스러운 교대(갑판장을 제외)로 인해 충원할 인원을 미처 준비시키지 못한 탓이 더 커보였습니다.

특히나 OS와 E/C의 경우, 갑작스레 교대요청을 해온터에 함께 승선한 인원들은 계약기간을 채우고 중국에서 하선하겠다고 한 마당에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꼭 하선하겠다고 '생떼'를 쓴 상황이라 싱가폴부터 중국까지 하릴없이 세 명의 인원(한 명의 오일러가 지난번 더반에서 담도결석으로 하선했거든요)이 결원된 상태로 달리게 된 것이죠. 다행히 오일러의 결원은 WIPER가 채울 수 있었지만 CADET과 WIPER가 한 번에 빠진 상태라 혼자 남은 조기장만 죽어라 일하게 되었습니다.

본선의 조기장은 인도네시아인인데 이제 29살의 파릇파릇한 청춘입니다만 처음 승선 당시 그 나이를 못미더워 했던 기관장과 기관사들의 우려와 달리 일에 대한 이해도 상당하고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친구라 모두가 좋아라하고 있죠.

새로 온 환갑이 넘은 갑판장도 제 타수가 'VERY GOOD MAN'이라 엄지를 치켜올리는 것을 보니 OS의 빈자리가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다행스럽기는한데 마지막 인상을 잘못 심어주고 떠난 친구들에 대해 회사측이 '재고용 불가'로 결론을 내린 것 같아 마음은 편칠 않네요. 다들 어려운 시기에 이런저런 핑계로 갑작스레 내려버린 것은 괘씸하지만 그래도 지난 석달간 한 배를 타고 다닌 친구들인데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에휴....
하여간 이래저래 생각만 늘어가는 요즘이네요.
식구들과 통화도 간만에 해보고 중국에서 도착할 하드디스크도 기대되고....^^
즐거운 마음으로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모쪼록 식구들도 여름의 막바지 잘 이겨내고 즐거운 가을 맞이하시길 기도 드리며, 오늘의 메일은 여기서 접도록 하죠. ^^

할머니, 어머니, 형, 막내에게도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ㅋㅋㅋ

남지나해를 북동진중인 CS DAISY호에서,
둘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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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선수파를 두들겨 맞으며 항진 중인 M/V CS DAISY - 인도양에서



우현쪽으로 신나게 두드리는 높은 물결에 정신줄이 쏙 빠지고 있는데 저희와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어느 배가 VHF로 불러옵니다.
M/V LOWLANDS SUNRISE. 배 이름이 참 맘에 드네요. 300미터 가까이 되는 길이의 CAPESIZE의 벌커인데 라스팔마스로 향하고 있답니다.
강풍에 안테나가 상했는지 기상도와 항행경보 하나도 받지 못했다며 기상정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더군요.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북상 할 그 친구들과 우리의 경로가 사뭇 다르기는 하지만 AWT(*주1)로부터 받은 내용으로 대충 케이프 타운까지의 기상상황을 숙달되지 못한 영어지만 열심히 설명해줬습니다.


너희는 덩치가 커서 그다지 걱정되진 않겠다고 위로를 해줬는데 정말 LOWLAND에서 만든 배인지 열심히 삐걱대는 소리가 난다며 불멘소리를 하더군요. 그리고나서 서로의 안전항해를 기원하면서 무전을 마쳤죠. BON VOYAGE. 언제 들어도 참 멋진 말 같습니다.
 
 

멋진 노을을 만나게 되면 다음 날 날씨는 거칠어진다고 봐야한다.
Photo By Skyraider

 
그나저나 지금 바다는 ‘조용한 바다 인도양’ 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AWT 메세지에 따르면 저희가 달려가는 코스로 19일까지 GALE FORCE WARNING이라고 하니 당분간은 이렇게 시끄러운 인도양을 달려갈 듯 싶네요. 선속도 덩달아서 떨어져서 10노트 주변을 오락가락 하고 있으니 긴 항해에 세월 보낸다는 말이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 듯 싶습니다. 뭐 날씨만 좋고 세월 보내게 되면 그게 더 좋겠지만요.

 
 
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려갈 때와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갈 때의 차이를 아버지는 잘 알고 계시잖아요? ^^
오늘도 선내 시간을 한 시간 전진 시켰습니다. 지난번 인도에서 출발해서 브라질까지 달려가면서 8시간 30분을 후진했는데 이번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는 11시간(!)을 전진하게 되죠. 적금을 들었다가 이자까지 다 챙겨서 받아먹는 기분입니다.


지난번 브라질로 향할 때 함께 당직을 섰던 실항사는 브라질 출항하면서 부터 일항사 당직 시간으로 근무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부실 은행에 돈 맡겼다가 원금도 못받는 처지 같이 되었다며 인상을 쓰더군요.

뭐 그런 것이 다 뱃사람 팔자 아니겠냐?고 위로아닌 위로를 하고 올 10월달에 1년을 채우고 하선할 마당에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셈 치라고 등 두들겨줬죠.


공연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저만 덕을 본 것 같아 미안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 전진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 후진 때와 달리 당직이 끝나고 나서도 잠이 안와서 멍하게 시간보내다 새벽녘에나 잠들곤 한다는 것입니다. 후진 때는 지쳐서 눕자마자 꿈나라행이었는데 전진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원들도 마찬가지 인 듯 싶네요. ^^ 하여간 주구장창 서쪽으로만 달리는 배만 타다가 동쪽으로 가는 배를 타보니 이런 좋은 점이 있긴 있네요. ㅎㅎ
 
 
 
광복절이었지만 항해사 일과는 변함없이 그렇듯 그냥 저냥 보냈습니다. 인도네시아 친구들은 광복절(?)이 17일이라고 하던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모든 나라가 이즈음이 '광복'인 것을 보면 그들의 업이 크긴 큰 모양입니다.

 
 
남의 나라 광복에 지들은 국치에 지진 난리로 여전히 속을 썩고 있으니...배타고 들어갈 때는 참 좋은 나라인것 같은데... 앞으로는 그런 아픔을 주지도 말고 받지도 않는 그런 착한 나라가 되어 주었으면 바래봅니다. ^^
 
 
 
배는 씩씩하게 풍랑을 잘 해쳐가고 있습니다. 우리 식구들도 이처럼 씩씩하게 늘 건강하고 화목했으면 합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 막내..모두에게 주님의 평화와 건강이 함께 하길 빌면서. 다시 메일 보낼께요. ^^ 아자아자아자~!!!
 
 
 
마다가스카르로 접근 중인 CS DAISY호에서, 둘째 올림.
 
 
 
*주1 AWT: WEATHER AND ROUTING COMPANY의 한 회사. 선박에 기상상황과 침로과정등을 선박에 추천하여 주는 일로 사업을 하는 회사.


도시 곳곳에 30층이 훌쩍 넘는 건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루완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산업화'의 그림자가 그 건물의 높이만큼 드리워져 보입니다.

  부정적인 시각일지도 모르지만 주변에 있던 배들과 교신하다보니 상륙했다가 당한 이런저런 봉변들과 구걸하는 이들의 물결이 도시 주변에 넘실댄다는 이야기들만 떠들더군요. 예전, 우리나라도 겪었을, 하지만 지금은 깨끗히 잊어버린 그런 악몽들이 아직도 이곳에서는 진행형입니다.

  저희가 접안한 시멘트 부두는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TIDE는 고저차가 1미터 정도 밖에 나지 않지만 조류가 강해서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새 배가 부두에서 떨어지는 봉변을 만나게 된다더군요.

  사막 기후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사구의 모습, 특히 그 꼭대기에 자리한 바오밥 나무를 보니 이곳이 아프리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제 눈에는 거대한 브로콜리처럼 보이는 바오밥 나무의 모습은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처럼 별을 부숴버릴 정도로 엄청나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볼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  이 주변에서 볼 것이라고는 저 나무 하나뿐인듯 싶습니다만.

 

Port Luanda, Angola
Photo By Skyraider
2011.11

  어느새 접안 보름째에 접어듭니다만 49,000톤의 짐 중 30,000톤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딱 봐도 상태 안좋아보이는 컨베이어가 매일 문제를 일으키는데다 우기에 접어든 앙골라의 날씨 탓에 짐을 풀만 하면 내리는 비에 방해를 받고 있죠.  

 이렇듯 하역작업이 지지부진하여 일이 바삐 진행되는 다른 포트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지내기로 한다면 심신 모두가 편한 곳이 되겠지만, 상륙이 자유로운 깔끔한 포트도 아니고 부식 보급도 안되는 곳인데다, 싣고 온 화물조차 시멘트이고 보니 사방팔방이 죄다 먼지구덩이로 다들 어서어서 출항하기만을 기다리는 심정들입니다.  먼지 탓에 사진기를 꺼내기가 두려운 것도 좀 그렇고요. 

 접안중의 이당직제로 돌아가는 일상 탓에 항해때보다 심적으로는 더 많이 피곤하고, 잠을 자는 시간도 불규칙하게 되어 여기저기 탈이 나는 곳이 생기고 있습니다. 첨에 몇몇 선원들이 피부 트러블을 호소했었는데 저 역시도 시멘트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피부발진이 일어나서 그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처음 지은 집에 들어간 이들이 호소하는 새집증후군과 흡사해보이는(어쩌면 동일한)이 증상에 대해 준비된 약품이라고는 가려움증을 완화시켜주는 연고제뿐이라 빨리 짐풀고 나가기만을 더더욱 기다리게 됩니다. 

Luanda Cement Jetty
Photo By Skyraider


 긴 하역작업이 좋은 것도 그것을 뒷받침해줄 좋은 화물이나 항만의 사정이 받춰주어야 좋은 것이지 이런 거지같은(?)상황에서는 몸은 몸대로 부대끼고 스트레스는 또 스트레스로 받는 악순환의 연속이더라구요. 정말 딱 죽을 지경입니다. ㅠ.ㅜ

  저만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기관장님부터 이항사에 갑판장까지...거기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갑판부원들까지 가려움증의 대열에 들어섰으니 이쯤되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보여지네요.

  예전 TV에서 시멘트의 폐해에 대해 고발한 고발성 프로그램 속에서 국내 업체들이 석회석뿐만 아니라 폐타이어와 아스팔트까지 동원해서 시멘트의 양을 늘이는 행태를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새삼 그 악영향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중입니다. -_-;; 

 그나마 JETTY주변에 어선들이 출몰할 정도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이라 하루에 한 마리는 꼭 대형 도미가 잡혀 올라와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어서(어젯밤에도 OS가 1미터 가까이 되는 참돔을 한 시간 가까이의 실랑이 끝에 잡아 올렸습니다. 조리장이 회를 만들어 내놓고 탕까지 끓여내서 맛나게 한끼 식사를 마칠 수 있었죠)그나마 무료하고 짜증스러운 상황에 청량제가 되고 있죠.

  손바닥 둘을 합친듯한 크기의 고등어는 거의 한 시간이면 큰 페인트 캔 하나를 채울 정도로 올라오니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포인트라고 낚시광 기관장님이 입에 침이 마르시더군요. 우리나라의 고등어와 정말 완전 판박이로 똑같이 생긴 탓에 물고기만 보면 여기가 아프리카인지 우리나라인지 헷갈릴 정도랍니다. ^^

  아직도 용선주는 차항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지 않아서(정보를 보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들도 아직 확정된 스캐줄이 안나와서 그런 것이겠지만요)다들 그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처녀 항해를 시작한 배라 1년 계약으로 승선했던 인도네시아 선원들 전원이 다음 포트에서 하선을 진행하게 되고 사관들의 경우도 일항사부터 저, 지난 항차에 승선한 삼기사를 제외한 기관사 전원이 두 달 사이에 하선을 진행하기로 되어있어 이곳의 일이 마무리되고 찾아갈 다음 포트가 대부분의 선원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곳이 될 예정이거든요.

 처음에는 이틀거리에 자리한 가봉의 OWENDO가 차항의 목적지가 될 것으로 알려주더니 그것이 어그러졌는지 브라질을 들러 극동을 향하는 코스도 고려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브라질에서 극동을 향하는 코스가 가장 해피한 셈이죠. ^^ 브라질까지 가는데 12일, 웨이팅과 선적작업 10일, 브라질에서 극동으로 되돌아 오는데 40여일...정확히 두 달이 소요되는 장기 항차...이것이 마무리 될 쯤이면 바로 귀국행에 오를 수 있게 될테니까요.  

 올해는 겨울을 서울에서 맞이할 수 있을 듯 해서 몹시 기대됩니다. ^^ 지난 3년 동안 겨울은 구경도 못하고 더운 곳만 주구장창 돌아다녔는데.. 이번에 귀국하면 그동안 벼르던 제주도 올레길 도보 종단도 시도할 생각이죠. ^^ 청춘사업도 이번에야말로 가부간 결정을 낼 생각입니다. 여의치않으면 지인들이 시켜준다는 '선'도 볼 생각이죠.  

 요즘 이항사업무를 조금씩 배우고 있는데....실항사 초기에 잠깐 배우고 일년이 넘도록 잊고 살다 다시 배우려니 이것저것 헷갈리고 모르고 있던 부분도 왕왕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면 이것 때문에라도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게 될 듯 싶어요.

  아젤리아의 김OO 일항사도 봄까지 푹 쉴거라며 부산에 한 번 내려오라고 전화까지 해주셨던데...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하려면 정말 바쁜 휴가기간이 될 듯 싶습니다. ^^ 그래도 여전히 배에 묶인 몸이니 아직은 그저 생각뿐이지만요. 

 오늘은 여기까지 조금 긴 메일을 적어봤습니다. ^^ 모쪼록 추위가 닥쳐오는 서울의 환절기를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넘을 수 있길 기원하며.

2011년 11월 18일,
또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나서 26시간째 작업이 안되고 있는 앙골라 루안다항에서,
둘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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